입대전 세상은 내게 조금 얼룩져있지만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조금만 손을 보면 반짝반짝 빛이 날 것 같은 희망과 가능성의 공간이었다.
난 세상이 변화하는 흐름의 최첨단에 서있다고 자부하였고 그 조류에 함께 휩쓸리고 바람을 일으키며 바꿔나가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의 나에게 세상은 낯설다. 격리에서 오는 이상으로 비롯된 이 낯섦은 나를 굉장히 괴롭게 만든다. 세상은 나에게 동떨어진 것만 같고 세상의 흐름들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다. 그것이 얼마전 까지만 해도 슬프고 우울함으로 다가왔지만, 이제는 그저 낯설기만하다.
그리하여 나는 다시 나에게로 천착하기 시작했다. 파고들고 파고들어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 까지. 내가 나에게 던지는 질문에 완벽하게 대답할 때 까지. 다시 껍질속으로 파고들고있다.
지난 수년간, 나는 술로, 웅변으로, 선동으로 그것들을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외면해왔지만(스스로 만든 기회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다르다. 나는 취하지도 않았고, 무거운 짐도 어깨에 없으며 나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도 없다. 내 목소리와 글에 주목하는 사람도, 모임의 내 빈자리에 괴로워하고 걱정할 누군가도 없다. 그리고 긴 밤은 내 편이 되었다.
나와 더불어 아픈 몇몇 이름을 떠올려본다.
이 낯설음이 꿈결같이 느껴진다. 예전과는 반대로 과거의 내 모습이 꿈결처럼. 아스라히 바래져간다.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굽이굽이 뜨내기 세상
그늘진 심장에 불질러 버려라
속아도 꿈결 속여도 꿈결.
「봉별기(逢別記)」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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